◇ 서울역사편찬원, 새롭게 다시 번역, 정리한 "서울시헌장" 발간
◇ 1946년 8월 미군정에서 공포한 "서울시헌장" 영문과 한글 원문 및 초안 수록
◇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서울특별시’라고 명명하는 근거가 된 역사적 문서
<서울시헌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헌장’이라고 하면, 아마도 <국민교육헌장>이나 <어린이헌장>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오래 전에 우리나라 최초의 도시헌장인 <서울시헌장>이 제정된 바 있다. <서울시헌장>이란 1946년 8월 주한미군정에서 공포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치도시 헌장으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도 서울을 ‘특별시’로 명명하는 근거가 된 역사적 문서이다. 1946년에 공포된 이 헌장은 영문과 한글의 두 가지 판본으로 작성되었다.
서울역사편찬원(원장:이상배)에서는 <서울시헌장>이 갖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서울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영문과 한글 공포문은 물론 헌장의 제작과 공포에 관련된 문서와 신문기사 등을 정리한 서울근현대사자료집 제6권 <서울시헌장>을 발간하였다. 특히 이 자료집에는 공식 공포문은 물론, 공포문 이전의 ‘초안본’ 자료도 발굴하여 수록하였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좀 더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시의 영문 공포문을 새롭게 다시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1946년 8월 10일 주한미군정은 관보에 <서울시헌장>(영문)을 게재, 공포한 뒤, 이어 9월 18일 군정법령 제106호 <서울특별시의 설치>를 공포함으로써 일제강점기 이래 경기도에 속했던 ‘경성부’를 도(道)와 동등한 직능과 권한을 갖는 독립적인 도시로 승격하고, 그 명칭도 ‘경성’에서 ‘서울’로 통일하였다. 특히 서울시를 ‘특별시’라고 칭하여 수도로서의 지위를 확인하였다.
또한 1946년 11월 20일 미군정은 정식으로 <서울시헌장> 수여식을 개최하였다. 이날 수여식에서 윌슨 미국인 서울시장은 <서울시헌장>에 대해 “동양 최초의 민주주의적 시헌장”이라고 평가하면서, 헌장에 따라 민주주의적으로 구성될 참사회(오늘날의 시의회)에서 이룬 결의는 시장은 물론이요, 주한미군사령관인 하지 중장조차도 간섭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곧 <서울시헌장>은 서울시민의 손으로 서울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규정한 우리나라 최초의 자치도시 헌장이다.
<서울시헌장>은 한글공포문을 기준으로 모두 7장 58개 조로 구성되어 있다. 헌장은 서울시의 명칭과 지위 및 관할구역에 대한 규정을 비롯하여 시장 등 주요 간부 및 ‘참사회’의 구성과 선출, 각 부서의 역할과 권한, 새로운 조례를 만드는 절차 등 서울시의 위상과 시정 운영의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 1947년 3월 12일자《동아일보》기사에 따르면, 1947년 3월 7일 서울시는 <서울시헌장> 제6조의 규정에 따라 종래의 ‘국’을 ‘부’로 개칭하고, 새로 공익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2처 8부로 부서 개편을 단행하기도 하였다.
이번 자료집에는 <서울시헌장> 영문과 한글 공포문 그리고 초안본 자료까지 모두 수록하였다. 특히 한글 공포문과 초안본 자료는 최근까지 연구자들조차 자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였다. 2017년 서울역사편찬원에서는 서울 역사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의 조사와 수집을 진행하던 중 국사편찬위원회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초안본과 공포문 자료를 우연히 발굴하였다. 이에 두 기관의 협조를 얻어 본 자료집에 수록하게 된 것이다.
- 초안본은 표지에 손글씨로 ‘초안(草案)’이라고 표시해두고 있으며, 공포문과 마찬가지로 영문과 한글 판본이 각각 작성되어 있다. 영문본의 경우 초안본과 공포문에 명시된 화폐 단위를 엔화에서 원화로 바꾼 것 외에는 차이가 없는 반면, 한글본의 경우 공포문과 초안본의 차이가 적지 않다. 주로 영문본에 쓰인 용어를 번역할 때 서로 다른 용어를 채택한 경우가 많다. 또한 한글 공포문에서는 헌장의 효력 발생일을 “1946년”으로만 표기한 반면, 초안본에서는 영문본과 동일하게 “1946년 8월 10일 12시 정오”라고 표기하였다.
한편 <서울시헌장> 영문과 한글 공포문의 내용을 보면, 두 판본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어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당시에 법령을 만드는 과정이 영문본을 먼저 작성한 후에 우리말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주로 번역 과정에서 오역을 한 경우이지만, 당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내용을 바꾼 것도 있어 흥미롭다. 대표적인 것이 ‘경찰부’에 관한 조항이다. 영문공포문에서는 제36조를 ‘경찰부’라고 하여 서울시 산하에 경찰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만, 한글공포문에서는 ‘경찰부’라는 이름만 적혀 있을 뿐 관련 내용은 모두 삭제되어 있다. 한글공포문에서 ‘경찰부’의 내용이 삭제된 것은 헌장을 한글로 번역하던 1946년 4월 무렵에 이미 미군정이 경찰기구를 국가경찰로 개편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이번 자료집에는 <서울시헌장>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법률적으로 검토한 의견이 담긴 자료와 헌장 선포에 관련된 신문기사 등을 모아서 수록하였다. 이들 자료는 <서울시헌장>을 작성하고 공포하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법률적인 쟁점이 되었는지 그리고 헌장에 대한 당시 서울시민들의 높은 관심을 여과 없이 잘 보여준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서울시헌장>은 광복 이후 서울이 갖는 수도로서의 지위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특별시’라고 명명하는 근거가 된 역사적 문서로, 서울시는 물론 한국현대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역사적 자료이다. 또한 광복 직후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자치와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의 열망이 미군정으로 하여금 <서울시헌장>을 만들고 공포하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면서, “서울역사편찬원에서 발간하는 간행물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하였다.
<서울시헌장>(서울근현대사자료집 제6권)은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시내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또한 9월 중순부터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history.seoul.go.kr)에서 전자책(E_BOOK)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한 시민의 편의를 돕기 위하여, 서울시 발간물 위탁판매처인 서울책방 누리집(store.seoul.go.kr)을 통해서 책을 구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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